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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좋고 아들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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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7 11:31:08

 

딸은 좋고 아들은 필요한 이유


로즈마리

 

얼마 전, 몇몇 아이들 엄마들과 모인 자리에서 한 엄마가 퀴즈를 내겠다며 맞춰보라고 한다. 중년 여성의 3대 보물은 무엇인가가, 질문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무엇이 보물이 될까? 돈! 돈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경제적 풍요로움이 있어야 다른 삶을 상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답은 돈과 친구 그리고 딸이란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까르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한 애엄마가 나를 가리키며 딸 둘 가진 정원이네 엄마는 좋겠네, 벌써 보물이 2명이나 있으니 말이야,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딸, 아들 자식이야기로 흘러갔다.
 
30대 중·후반 내 또래 엄마들은 하나같이 딸이 좋다고 말한다. 장난감을 치우라고 말해도 아들과 딸들의 반응은 다르단다. 아들은 장난감을 치우지 않고 그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있는데 딸은 엄마 눈치를 보며 장난감을 치우는 시늉은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아들은 장난감이 아닌 구체적으로 곰 인형을 정리박스에 넣어달라고 말해야 비로소 알아듣고 움직이는데 그것은 신랑도 마찬가지란다. 설거지를 해달라고 하면 설거지통에만 있는 설거지를 하고 주변에 그릇이며 정리는 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남자는 어릴 때나 커서나 태생부터 그런 종족들로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엄마의 감정도 살필 줄 알고 집안일도 도와주는 딸은 누구보다 엄마에게 꼭 필요한 존재란다. 

나도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마주치는 할머니들이 6살, 4살 된 딸들을 보고 너희 엄마는 비행기 2번 타겠네! 요즘은 딸이 좋아, 아들 있어봤자 돈이나 나가지, 요즘은 딸이 시집가도 비행기 태워주는 세상이야!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래서 아들보다 딸이 좋단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신다. 아들하나만 낳고 이제 고만 낳아! 
나는 삼형제 중에 맏이와 결혼해서 딸 둘을 낳았다. 모두가 꺼려하는 큰며느리다. 엄마는 처음 결혼하겠다고 말했을 때 반대했다. 나이가 많아서도, 돈벌이가 시원찮아서가 아니라 맏이로, 곧 이 남자와 결혼하면 내가 큰며느리라서 이다. 큰며느리이면 제사며, 명절부터 집안의 살림을 도맡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짐이 무겁다면서. 엄마는 내가 큰애를 딸을 낳고 둘째도 딸이라고 했을 때 한숨을 쉬셨다. 사돈 어르신이 얼마나 아들을 바라셨겠냐, 더욱이 박서방이 큰 아들인데! 아들이 뭐가 중요해? 다 딸이 좋다고 말하면서 아들은 왜 있어야 하는데? 라고 따지면 엄마는 딸만 있으면 박씨 성이 없어지잖냐? 엄마의 말에 어의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던 기억이 난다. 남편 성을 위해서 아들이 있어야 한다니, 그래서 아들은 필요한 존재라니! 집안에 代를 있기 위해서 말이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아들, 딸 구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식도 많이 낳지 않으며 결혼한다고 해서 꼭 자식을 낳아야한다, 라는 고정관념도 흔들리는 시대이다. 아들보다는 딸을 선호한다는 말을 주변에서 종종 듣기도 한다. 하지만 시댁부모님들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아도 은근히 혈통을 이어주는 손주, 즉 아들을 바라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대 간 선호하는 성별로 시어머니- 며느리는 충돌한다.
예전 시댁에 갔을 때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시댁 이웃집 어르신이 놀러왔는데 며느리가 셋째를 임신했다고 한다. 다행히 셋째는 아들이라며 자랑을 하신다. 그러면서 두 번이나 딸이라서 뗐다는 말을 웃으면서 하셨다. 사소한 농담처럼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태아감별로 죽게 된 여아에 대한 조금의 동정심도 없다. 성별감별로 인한 여야살해는 일상 속에서 정당화되고 살인이 지지된다.

 

1992년 MBC에서 방영한 드라마‘아들과 딸’
당시 이 드라마는 남아선호사상이 뿌리깊은 집안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인 귀남이와 후남이가 사회의 가치관과 대립하면서 겪는 갈등을 다룬 드라마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여성은 물론 남자다울것을 끊임없이 강요받는 남성 또한 이 시대의 피해자임을 담담하게 그려낸 드라마.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이 61. 1% 로 선풍적인 인기와 공감을 이끌어냈다.
 
사람들에게 아들을 바라는 마음은 아직도 여전하다. 딸을 선호하는 경향이 과거보다 늘어난 이유는 아들보다 딸이 효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들은 결혼할 때 경제적 도움도 더 크게 줘야 하고 나이가 들어도 돌봐야 하는 존재이지만 딸은 아들에 비해 해준 것 없어도 시집가서 친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 과거와 달라졌다. 괜히 아들은 버스 태워 주고 딸은 비행기 태워 준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간혹 딸을 엄마의 집안 살림을 도와주고 돌봄 노동을 대리해주는 사람, 아니면 노후의 보험으로 여기는 정서로‘딸이 좋다!’라는 말이 나는 듣기 싫다. 딸은‘살림 밑천’이라는 관념이 예나 지금이나 일맥상통한다.

지겨운 부계혈통주의, 남아선호는‘사상’으로 여전히 우리 일상 속에서 공기처럼 숨 쉬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딸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지도 못한다. 태어나더라도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성별에 따라 차별받아야 되고 성역할이 고정되고 그렇게 사회화되어 자라난다. 남아선호는 사상이 아닌 폐습 되어야 할 악습이다.
딸이냐, 아들이냐, 이런 성별의 질문으로부터 벗어나 한 생명으로 축복받고 존중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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