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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일을 그만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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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8 14:45:28

 

는 오늘 일을 그만 뒀습니다

 

로즈마리

 

몹시 흥분되고 좋았다. 지원센터 비상근에 이력서를 내고 최종 합격통보의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저녁준비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던 참이었다. 나는 임신을 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 맘으로 지낸지 어느 덧 6년째이다. 올해부터 둘째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육아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6시간 동안에만 일을 할 수 있는 파트타임, 즉 시간제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다행히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의 전문성도 살리면서 일 할 수 있는 ‘마땅한’ 일자리에 취직이 되었다.

근로조건은 근무시간 주 15시간으로 월 60시간 미만이며 시급제로 받았다. 나는 3일 출근에 5시간 즉 아이들이 10시에 등원해서 4시 30분에 하원하므로 사무실로 10시 30분에 출근하여4시에 퇴근하기로 했다. 사무실에 있는 시간은 총 5시간30분인데 5시간의 시급을 받는 이유는 점심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이 안 되지만 내 사정을 봐주겠다고 팀장이 말했다. 파트타임은 근무시간에 점심시간이 포함이 안 되는 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한 달에 몇 십만 원의 얼마 안 되는 벌이였지만 아이도 양육하고 남는 시간에 일을 병행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시간 조절이 가능하다는 게 내 상황에서 딱 좋은 일자리였다. 그리고 더 이상 내가 경력단절 여성이 아니고 나중에 재취직을 할 때 경력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서 중요했다. 
주변 또래 아이 엄마들은 그야말로 ‘황금직장’이라며 다들 부러워했다. 전업육아맘들의 황금직장 기준은 아이들 어린이집에 가 있는 남은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황금직장(?)’을 입사한지 6개월 만에 그만두기로 하였다.

 

누가 봐도 파트타임 책상  

사무실에서 나의 자리는 문을 열고 들어오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곳에 있다. 그래서 센터를 방문한 사람들은 나에게 가장먼저 찾아온 용건을 말했다. 그러면 나는 그들을 상대하고 관련 업무 팀을 안내해 줬다. 마치 내가 호텔로비의 인포메이션이 된 것 같았다.
다른 팀원들은 팀별 책상이 나란히 붙어 있는 반면 내 자리는 따로 떨어져 있어 ‘섬’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즉 옆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홀로 내 책상만 놓여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직원들과 소속감이나 유대감을 형성하기가 어려웠다.
사무실에서 하는 주요업무는 지원을 요청한 내담자들을 심리상담하고 관련 전문상담사에게 연계하며 상담한 내용을 일지로 작성하여 파일 관리하는 것이다. 주로 상담은 면접 및 전화상담으로 이루어져 수시로 내담자들과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는데 누구나 들리는 곳에서 일했다.
또한 내담자들의 인적사항과 상담내용이 담긴 개별파일이 책상에 있다. 업무의 특성상 비밀이 보장되는 자리이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현장실습생이 앉거나, 지원을 문의 한 사람들이 서류를 작성하기도 하고 다른 직원들이 다른 용무로 앉아 있기도 했다.
사무실에서의 책상 자리 위치는 업무의 특성과는 상관없이 직급과 연차로 배열되어 있었다. 팀장은 입구 문에서 가장 떨어져 있는 곳에 자리한 반면 신입사원은 가까운 곳에 있고 파트타임은 문 열면 바로였다. 또한 누구나 책상에 앉아 이용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출근하면 볼펜과 칼, 지우개 등 사라진 사무용품을 새로 가져와야하는 일이 잦았다.

 

그래도 괜찮아, 시간을 넘기지는 않았으니까

입사한지 보름쯤, 팀장은 내가 출근하지 않는 날 갑자기 지금 와달라고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신규 내담자 초기상담이 잡혀 출근을 해달란다. 오늘 출근하지 않고 내일 출근하는 날이라고 했더니 내일은 상담이 없고 오늘은 있으니 차라리 오늘 출근하고 내일 쉬라고 한다. 나는 처음에는 급한 일인 줄 알고 출근을 하였지만 평소와 같았다.
내담자가 내가 출근해 있는 시간에만 늘 맞춰서 올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팀장은 처음에 약속한 나의 근무시간을 내담자가 방문하는 시간에 맞춰 일방적으로 조정하기 시작했다.
출근하는 요일은 물론 근무시간까지 자주 바뀌었다. 주15시간을 넘기지 않는 범위에서 시간조절을 했다. 매일 출근해 2~3시간씩 근무하게 하거나 때에 따라 오후 6시 이후나 토요일에도 나오게 했다.
팀장은 변경된 출근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전날 문자나 전화를 자주하였다. 나에게 괜찮은지 먼저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당연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왜냐하면 시간을 넘기지는 않았으니까. 
나는 파트타임을 일이 많아지면 상시 대기 중인 노동력으로 여기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나는 이 사무실에 나오기 위해 항상 대기 중인 사람이 아니다. 근무시간을 고정적으로 해놓지 않고 시간조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누구를 위해 필요로 만든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일의 양과 근무시간의 기준은 무엇인가

지난 달 갑자기 신규 9사례가 한꺼번에 지원요청하면서 초기상담부터 전문심리상담사 연계 및 사례관리, 상담일지 작성 등으로 정신없이 바쁜 달이었다. 나는 정해진 시간에 퇴근해야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근무시간에 주어진 모든 일을 끝내야만 했다. 오늘 못한다고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음 며칠 후가 출근 날이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오늘 안으로 팀장님께 보고하고 가야만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번번이 근무시간 안에 일을 다 하지 못했다. 결국 근무시간이 끝났지만 퇴근하지 못하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더 봐달라고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하는 것이 파트타임이다. 하지만 주어진 업무의 양이 많을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일의 양만큼 소요되는 시간의 측정은 누가 정하는가.
나는 간혹 팀장이 업무를 주면서 오늘 안으로 마무리 좀 해달라고 하면 그 많은 양의 일을 내가 근무하기로 한 시간 안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인가 하고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다하지 못하면 나의 역량의 문제로 봐야 하는 건가. 하지만 나는 시간 안에 끝내기 위해 화장실 한번 제대로 다녀오지 못한 적도 있지 않았던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상담 지원 업무는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심리상담사와 상담하기로 한날 내담자가 연락도 없이 오지 않거나, 갑자기 내담자와 상담일정을 변경해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내가 출근하지 않는 날에도 이러한 상황은 발생해서 집에서 전화로 일처리를 해야만 했다. 이것은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일이었다.

 

파트타임, 누구를 위한 일자리인가

나는 출근 전날 밤잠을 설쳤다.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내가 집에만 있는 6년의 세월동안 변화된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설레기도 하면서 불안 했다. 고독한 집안일로부터 해방되어 사무실에서 나만의 책상에 앉아 일을 한다는 것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할 수 있다는 것과 내 스스로 일을 해서 수입이 생긴다는 경험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확실히 나는 이전보다 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질문들이 생성되었다. 그래서 임금노동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번다는 것의 의미를 넘어 사회적 관계 맺기를 통해 생각의 거리를 넓히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즐거움이었다.

그만둬야겠다고 맘먹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남는 시간에 일을 하겠다고 파트타임의 일자리를 원했지만 생각했던 현실은 달랐다. 정해진 시간만큼 일을 하고 퇴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이 많아지면 연장근무를 해야 하고 업무 상황의 변화에 따라 맞춰야만 하기 때문에 늘 상시 대기 중이어야 했다. 또한 출근하지 않는 날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전화로 일처리를 해야 했다.
일방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하고 갑자기 출근하라고 하거나 출근준비를 했는데 내일 나오라고 한다든지, 정해진 시간이 되었지만 일을 다 하지 못해 더 연장근무를 했을 때 나는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다 되었다고 일하다말고 책상에서 일어나 퇴근 할 수 없었고 오늘 출근하는 날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없었던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의 권리를 말하면 말할수록 조직과 불편한 관계가 되어가고 그로인한 감정소모는 컸다.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나의 권리를 당연하게 침묵 당했다. 내 자신이 부당한 대우에 부당하게 이용되는 줄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 일을 한다는 것은 몹시 괴로웠다. 가슴이 먹먹했다.

나는 고용형태가 파트타임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과 맡은 업무의 책임감과 노동의 강도는 비슷했다. 그러면서 임금의 차이는 컸다.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을 시급으로 나눠 계산했을 때보다 내가 받는 시급은 훨씬 작았다. 또한 낮은 임금뿐만 아니라 4대보험이나 퇴직금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혜택도 없었다. 퇴직금은 근로시간 월60시간 이상 1년 이상 일할 경우 받을 수 있지만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나의 근로시간은 60시간미만으로 즉, 58시간이었다. 사회보장에 대한 혜택은 받지 못하지만 소득에 대한 세금은 내야했다.

정부는 정규의 시간보다 짧은 시간을 한정해서 고용하는 제도의 파트타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말한다. 그것은 경력단절 여성, 즉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로 보아도 될 것이다. 주변 전업주부맘들도 양육과 일을 병행 할 수 있는 파트타임일자리를 선호한다. 그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할 경우 돌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아이를 봐줄 친정엄마가 가까이 살고 있었다면 안정된 일자리에 재취업을 원했을 것이다.


정부는 아이들의 돌봄 공백 시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경력단절 여성들이 안정된 일자리에서 일 할 수 있도록 노동 조건과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육과 일을 병행하면서 저임금으로 일하는 파트타임을 문제 해결로 내놓고 있는 현실이다.

파트타임의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파트타임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차별받고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내 노동력이 값싸게 이용당하고 싶지 않다. 노동조건과 일자리에 대한 차별은 변하지 않는 환경에서 파트타임은 허울뿐인 일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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