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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에겐 멋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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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0 13:17:21

여전히 나에겐 멋진 엄마

 

조여사

 

 

2016년 8월14~16일 2박 3일 일정으로 나, 친정엄마, 신랑과 딸

넷이서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맛집 투어와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며 힐링 하는 것으로 잡았다.

 

여름휴가를 더운 제주도로 떠난 배경을 설명해보자면.

평상시에 엄마와 나는 드라이브를 좋아한다. 비가 많이 오면 댐에 가서 물보라를 구경하고, 신발이나 겉옷이 필요하면 굳이 장거리로 아울렛까지 간다. 우린 드라이브가 즐겁다.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역마살이 꼈어’ 말한다.

 

어느 날 엄마랑 부여아울렛을 구경하러 가는 길에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을까?”

갑자기 꺼낸 말에 난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에이, 엄마 왜 그래. 지금도 남들이 엄마 보면 나 업고 뛰어 다닐 거 같다고 하거든”

“내 나이 70이 넘으니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진짜 60대와 70대 앞자리가 바뀌니 이렇게 몸이 다르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여름엔 제주도로 휴가나 가자“

“................”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지금 내 경제적인 형편과 여건에 여행은 무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여행을 안 간다면 진짜 불효를 하는거 같고 엄마가 다른 때와 달리 나약한 말씀을 하셔서 휴가 장소를 가까운 곳으로 말해보았지만 엄마는 완고했다.

 

엄마가 더 나이 먹으면 못 갈겨 같다는 말이 계속 맴돌아 맘이 불편했다.

결국 난 부랴부랴 제주도 항공권부터 예매하고 여행일정을 나름 세웠다.

14일 06시50분 무안-->제주 비행기로 출발해서 일찌감치 제주도에 도착했다.

예약한 렌터카를 받자마자 엄마는 제주도 여행지도를 펼치면서 “쉬엄쉬엄 여행하자. 일단 아침부터 먹자”라고 하시며 깔끔한 한정식 맛집으로 안내했다.

내가 생각했던 일정과는 그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장소뿐만 아니라 음식메뉴도 엄마가 드시고 싶었던 갈치정식, 해물라면, 고사리 삼겹살.... 로 정해졌다. 우린 모두 엄마 뜻을 따랐다. 왜냐면 엄마가 추천하는 맛집은 실패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신선로 망고 빙수는 엄지 척이었다. 엄마도 너무나 만족스러워 하면서 “좋다~좋다~” 라는 말을 계속했다.

 

맛있게 음식을 먹으면 엄마는 예전과는 다르게 소화력이 떨어지는지 자꾸만 탈이 났다.

화장실을 계속 다니시고 약을 사서 드시기도 했다.

많이 걸어야하는 장소에서는 아예 차안이나 커피숍에 계셨다.

그래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엄마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은 잠수함타기였다.

여러 번 제주도를 왔지만 한 번도 못타봤다면서 이번엔 꼭 타봐야겠다고 하셨다.

 

예약의 관계로 잠수함은 16일 여행의 마지막 날에 탔다.

잠수함을 타고 바닷 속에 겨우 10여분 들어갔다 나오는 잠수함타기가 4명 기준 20만원이라니 난 돈 아깝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엄마는 달랐다.

“내년에 와서 잠수함 탈 려고 했으면 못 탔겠다. 다리가 아픈 사람은 잠수함 내려가는 사다리를 못 타겠어. 난 잠수함 이번에 타봐서 좋다”

엄마가 연세가드시니 변했다는 것이 이젠 내가 가슴속으로 실감이 났다.

“엄마가 좋으면 됐지 머~”

 

생각해 보면 엄마와의 여행은 항상 편했다. 네비게이션과 싸우며 빠른 길 찾기를 하시고, 어느 지역을 가든 맛집이 손바닥 안에 있었다. 어찌나 골목골목을 잘 아시는지 ...

그러나 세월엔 장사 없다고 엄마는 몸과 마음이 약해지셨다.

제주도 경치를 맘껏 볼 수 있는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가을에 오면 다른 풍경, 다른 먹을거리들이 많겠지?, 그때도 나랑 올 거야?”

“당연하지. 날만 잡자 엄마”

“.......”

엄마는 사위의 얼굴을 보며

“다음 여행엔 사돈어른도 모시고 오자, 내가 남서방 얼굴보기가 미안하네”

 

가족 끼리 긴 여행을 다닐 때는 엄마가 우리 시어머니를 모시고 가자고 먼저 제안 했었고, 여행가서는 행여 내가 시어머니 때문에 피곤할까봐 사돈 옆에 꼭 붙어 다니시며 사돈을 챙기셨다. 올해는 본인 몸이 힘들어서 누굴 챙길 여력이 없었다며 다음 여행엔 꼭 모시고 가자고 했다.

이번 제주도 여행 땐 시어머니를 못 모시고 온 게 내내 마음에 걸리신 거 같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사위에게 더 미안했는지

“남서방, 눈 좀 붙여! 장거리 운전 피곤하잖아! 나랑 교대하자, 내가 야간 운전은 힘들어도 낮에 안 피곤해”

 

제주도 해안도로를 운전하는 엄마를 보며 아무리 나이 앞자리가 70대로 변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는 엄마지만 여전히 나에겐 멋진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행복하자, 행복하자 우리,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2016.8.25 늦은 저녁

함께 여행 다녀온 엄마를 생각하며 조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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