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기자단

게시글 검색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 나의 엄마 이야기
직장맘고충상담소 조회수:1320 221.159.153.17
2016-11-17 14:08:40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 나의 엄마 이야기
 

로즈마리

 

 오십이 넘은 나이에 내가 뭘 하겠냐

“일자리 구했다. 내일부터 일하기로 했어. 너도 알지? 같이 밥 먹으러 몇 번 갔었던 식당 말이야. 거기야.”
전화기 너머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식당일 힘든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며 하지 말랬지만 엄마는 그럼 내가 어디서 일하겠냐하셨다.
엄마는 농사꾼 집안에서 장녀로 태어나 농사짓는 아빠와 결혼하여 한 평생 농사일만 하셨다. 그러다 몇 년 전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더 이상 홀로 농사를 짓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녀는 하루아침에 농사꾼이라는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늘 부지런히 논밭에서 일하였던 엄마였다. 엄마는 갑작스런 배우자의 죽음으로 생계를 위해 일자리가 필요했다.
엄마는 지역생활정보지를 뒤척였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어 그나마 멀쩡한 몸으로 농사일을 해왔으니 여전히 몸으로만 할 수 있는 일자리뿐이라고 했다. 그래도 예순은 넘지 않아 식당이라도 일하게 되었다며 좋아하셨던 엄마의 얼굴에 주름살도 덩달아 더 깊게 보였다.

 

식당여성노동자 엄마의 하루

엄마가 일하는 곳은 한식당이다. 메뉴는 삼계탕, 삼겹살, 백반, 오리, 면 종류까지 다양하다. 메뉴가 다양하다보니 영업하기 전에 식재료 준비할게 많다. 그래서 아침 8시에 출근한다. 식당의 주 고객층은 위층 여관의 장기 투숙객 일용직 노동자들과 주민들이다. 식당에서는 엄마를 포함하여 3명이 일한다. 2명은 주방을 도맡아 하고 엄마는 손님들을 대면하는 서빙과 카운터가 주 업무이다. 밥하기, 반찬하기, 식재로 다듬기, 청소하기 영업 준비의 전반적인 일은 같이 한다.
손님들이 가장 많은 점심시간에 서빙을 도맡아하는 엄마는 주문받고, 음식 나르고, 상치우고 하느라 정신없다고 한다. 테이블이 좌식이라서 음식을 서빙 할 때에도 수십 번씩 무릎을 굽혀야만 한다. 그녀는 무거운 음식을 나르고 치우고 하느라 손목과 팔목, 무릎이 안 아픈 곳이 없다. 올해로 3년째 식당노동자로 일하는 엄마는 관절통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무릎 아프지 않게 해주는 주사를 맞아야지만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하면서 생긴 통증이지만 엄마가 알아서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하고 있다.
어느 날 엄마의 팔에 빨갛게 흉터가 제법 크게 있어 물어보니, 손님들에게 삼겹살을 잘라주다 불판에 데었다고 했다. 한동안 병원에 다녀 치료를 받아 다행히 이 정도의 흉터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일하면서 생긴 상처이지만 알아서 치료를 받고 넘겼다. 식당주인도 그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식당 주인들은 종업원들이 일하면서 생긴 상해에 대해 치료를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없다.
서빙은 삼겹살을 불판에 올려 뒤집고 잘라야하고, 손님이 더 필요한 반찬을 달라고 하면 가져다 줘야 한다. 밥을 비벼달라고 하면 불판에 비벼주고, 제육볶음은 타지 않게 잘 익도록 뒤집어야 하는 것도 서빙의 일이다.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서빙의 일은 고단할 수밖에 없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점심시간을 지나고 나면 테이블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고 홀 청소를 한다. 엄마가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오후 3시가 넘어서이다. 그러나 점심을 먹다가도 손님들이 오면 서빙을 하면서 틈틈이 알아서 먹어야 한다. 점심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엄마는 손님이 뜸한 오후에는 다시 저녁장사를 위해 부족한 식재료를 다듬고 반찬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손님이 끊임없이 올 때는 화장실 가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다.
저녁시간은 대부분 식사와 함께 술손님이 많다보니 오랫동안 앉아 있다고 했다.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들은 아무렇지 않게 엄마에게 술 한 잔 따라달라고 하거나 술 한 잔 받으라며 잔을 건네기도 한다고 한다. 엄마는 손님 기분 상하지 않게 웃으며 거절하지만 술은 따라준다고 했다. 괜히 손님 맘 상하게 해서 껄끄럽게 되는 것보다 한잔 따라주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엄마도 처음에는 손님이 술 좀 따라달라고 했을 때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익숙하다고 했다. 어쩌면 그녀는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익숙해져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저녁장사를 끝내고 뒷정리를 하고 나면 밤 9시~10시가 되어서야 퇴근을 한다.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는 시간은 하루 13시간이다. 이렇게 꼬박 종일 일하고 받는 일당은 7만원이다. 이것을 시급으로 나눠 계산 할 경우 5,400원정도이다. 최저임금 6,030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야근·주말수당, 퇴직금도 없으니 유급휴가란 생각할 수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집에서 먹고 자고를 빼고 하루 종일 식당에서 일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노동자’다

나는 엄마를 통해 식당여성노동자는 13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근· 주말 수당과 퇴직금도 없다. 또한 고용 및 산재보험에도 가입해 주지 않기 때문에 해고를 당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도 보장받지 못하는 근무환경에 놓여 있다.
휴일도 불규칙적이며 늘 칼이나 가열기구등으로 인한 사고와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에 따른 안전장치와 상해에 대한 보상은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구조에 있다. 대부분 소규모영세 사업장에 속한 경우가 많아 주방시설이 열악하고 바쁜 시간은 적은 인원으로 화기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가열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다 화상을 입거나, 뜨거운 음식을 옮기다 다치는 경우가 많다.
왜 이렇게 식당여성노동자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일까. 아마도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노동자’로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법률과 제도에서 쉽게 배제 당한다. 무엇보다 식당사장과 종업원이 고용주-고용인으로의 관계 인식도 부족하여 사회보장제도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지 못한다. 가족처럼 지내는 사장과 껄끄러워지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 무엇보다 고용이 불안정한 일용직이기 때문에 괜히 말했다가 해고당하기 쉽다. 지금 당장 오늘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도 이상한 게 없는 것이 식당의 근무환경이다. 그래서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나 처우를 받더라도 침묵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중고령층 여성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중고령층 여성들의 재취업을 위한 지원은커녕 대상자 범주 안에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대부분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시간제일자리마저도 삼십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현실이다.
나의 엄마처럼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중고령층 여성들이 많다. 중고령층 여성들이 상당수 일하고 있는 식당에서 노동자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마련과 인권적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댓글[0]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