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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회 거북이걷기대회 '코로나19와 나의 일상이야기 수필공모전' 장려상 "나는 미어캣 맘이로소이다"
직장맘고충상담소 조회수:463 61.81.128.10
2021-01-04 10:21:27

나는 미어캣맘이로소이다

하염없이 주위를 경계하며 살아나가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워킹맘

전 경 미

 

그녀의 경계 태세는 해가 미처 뜨기 전부터 시작된다. 아침을 깨우는 모닝콜을 번개같이 끄고, 인기척을 내지 않으며 이불속에서 살금살금 빠져나오는 것이 관건!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부드러운 새끼들한테 들키는 날이면 하루의 시작이 한층 더 고달파지기 때문이다. 그 옆에 누워있는 나의 육아 동지 수컷. 드르렁 거리며 늘어져 자고 있는 수컷을 한 대 콕 쥐어박아 주고 싶지만 혹시 새끼들에게 불똥이 튈까 조심조심 활동을 시작한다.

건장한 수컷과 귀여운 새끼들이 있는 몸인지라 몸단장은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할 정도만 간단하게 끝낸다. 한껏 치장을 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꾸며 봤자 신종 유행템인 마스크로 얼굴을 반이나 가려 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볼록 나온 뱃살이 살짝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누군가 알아챌 만큼 나를 유심히 봐주는 사람도 없으니 가볍게 무시하기로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나를 단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천사처럼 평화롭게 자고 있지만 곧 악마로 변신할 새끼들과 전쟁을 치를 시간이다.

옷장을 뒤져 최대한 귀엽고 앙증맞은 옷을 준비하고, 살며시 토닥이며 새끼들을 깨워본다. 하지만 오늘도 나의 작전은 물거품이다. 빼애애액 소리를 지르며 이불 속으로 숨어버리는 새끼들. 참아보자를 마음 속으로 딱 열 번 되뇌이고는 이내 소리를 지르며 본격적으로 전쟁에 가담한다. 겨우겨우 예쁜 옷으로 갈아입히고, 깔끔하게 머리를 묶은 다음 싱긋 웃으며 귀여운 새끼들 얼굴을 잠시 감상하고는 마스크로 마무리하여 집을 나선다. 그 다음 경계 대상은 시부모님이다.

“와~ 할머니, 할아버지.” 하며 웃으며 들어오는 손자들의 앞모습보다 “안녕히 계세요.” 이별 인사를 하는 손자들의 뒷모습이 더 예쁘다고 했던가. 아침부터 새끼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들이닥치면 반갑게 맞이해 주시지만 이내 TV나 하던 일로 눈길을 돌리시는 시부모님들. 새끼들 맡기는 대역 죄인인지라 혹시나 새끼들이 귀찮게 하지는 않을까 몇 번이나 잔소리에 잔소리를 얹는다. 새끼들을 바라보는 시부모님의 얼굴 표정을 살피며 “할머니, 할아버지 말씀 잘 들어야해. 항상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조금은 큰소리로 잔소리를 마무리한다. 시부모님이 계신 쪽으로 고개를 쭉 빼고 말이다. 이제 다음 경계 태세 지역인 직장으로 향할 차례이다.

출근을 하고 나서야 한숨을 살짝 돌린다. 코로나로 인해 없던 일까지 가중되어 할 일은 쌓여 있는 상태이지만 새끼들이 없으니 팔, 다리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사용할 수 있어 조금이나마 자유로움을 느낀다. 업무가 시작되기 전까지 누릴 수 있는 찰나의 시간이지만 말이다. 직장에서 내가 맡은 업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1년간의 사업 계획들을 구성하여 잘 운영이 되도록 조직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하듯 올해 연초에 세운 계획이 제대로 굴러간 회사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수시로 변하는 행사 일정과, 비대면 교육들 속에서 수정에 수정을 가해야 하는 계획들. 대면 교육이 필요한 일들의 일정 조정. 이런 과정 중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아이들의 가정 보육이었다.

작년 말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세상이 시끌시끌 해지고 올해 3월 새끼들의 가정 보육으로 우리 집은 크나큰 몸살을 겪었다. 퇴직은 하셨지만 연로하신 시부모님들과 일하고 계시는 친정 부모님들. 맞벌이로 겨우 살아가는 우리 부부 내외는 어쩔 수 없이 죄송스러움을 무릅쓰고 시부모님에게 새끼들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아직은 손이 많이 가는 4살과 6살의 천방지축 말괄량이들. 코로나 휴업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시부모님에 대한 죄송스러움도 점점 커져가고 결국 4월에는 긴급 보육으로 새끼들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새끼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점점 커져갔다. “엄마, 내 친구 누구는 안 와. 우리 반 친구는 4명 밖에 없어. 나도 안 가고 싶어.” 이런 말이라도 들을 때면 가슴속에 돌덩이가 들어앉는 기분이 들었다. 위험한 시기에 새끼들과 집에 꽁꽁 숨어 있고 싶었지만 대출금과 생활비를 해결하려면 일을 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잘 풀리지 않는 남편의 사업까지 어려운 상황을 더해가고 있었다.

발달이 더딘 아이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나의 수컷. 때로는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물리거나 할퀴어 와서 불퉁불퉁 거릴 때도 있지만, 변화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과정을 뿌듯해하는 인정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가 수컷의 센터에도 거세게 밀어 닥쳐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약한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아예 외출을 자제하고, 센터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는 곧 센터 운영의 악영향으로 이어졌고, 신랑은 줄어든 월급을 미안해 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에 마냥 원망할 수는 없었고, 본인이 더 힘들 것을 알기에 괜찮아질 것이다 격려하며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하루종일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생활을 하는 아이들. 수입이 적어지는 남편의 사업. 아침과 저녁 시간 새끼들을 받아 주시는 시부모님. 코로나 상황에 맞춰 변해가는 직장내 업무와 행사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끊임없이 고개를 돌리며 눈치를 살피며 지내야 했다. 대체로 이런 상황에 적응을 하여 웃는 낯으로 주위를 대하고는 했지만 몸이 좋지 않은 날이면 모든 것이 버겁고 힘겹기만 했다. 커다랗고 부술 수 없는 단단한 벽이 나를 에워싸 그 위에 모두가 올라서서 나를 감시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주위로부터 오는 내가 해야하고 해주기를 바라는 의무와 욕망 속에서 잠시 잠깐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과 장소가 있길 간절히 바랬지만 집과 직장 어느 곳도 쉴 곳은 없었다.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를 지르고 싶은 적도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의 해결책은 시간에 있었다.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버린 것처럼 답답한 상황에 적응해 가며 이 안에서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생겨난 것이다. 코로나 백신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코로나 삶을 이겨낼 수 있는 나만의 면역력을 찾았다. 아침에 귀여운 새끼들과 복닥이며 마스크로 등원 준비 마무리, 감사한 시부모님께는 예쁘게 인사하며 등원을 부탁드리기, 직장에서는 그날그날의 일을 해결하며 성취감 느끼기, 이 모든 상황을 함께 싸우고 있는 나의 수컷 남편하고 맥주 한 캔하며 저녁 이야기 나누기. 날씨가 좋을 때면 새끼들과 한적한 공원에 나가 산책하며 맛있는 음식 배달시켜 먹기.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곳에서는 살짝 마스크를 벗겨 내고 새끼들의 평화롭고 예쁜 미소를 사진으로 남기기. 이런 작은 것들 하나하나로부터 코로나 시대를 워킹맘으로 살아 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그렇듯이 내일도 난 일상의 눈치를 보며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때로는 답답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미어캣맘이지만 내 새끼들과 수컷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하여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열심히 또 부지런히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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